[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어 갈 홍명보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 쏟아진 비난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팀 운영의 키워드로는 ‘존중, 대화, 책임과 헌신’을 내세웠다.
홍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감독 공식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정장을 차려입고 회견장에 들어선 홍 감독은 미리 준비한 A4용지 8장 분량의 원고를 덤덤하게 읽어나갔다. 이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먼저 그는 시즌 도중 울산HD를 떠나는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그동안 저에게 큰 성원을 보내준 울산HD 팬들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저는 팬들이 보내준 응원과 전폭적인 지지 속에 감독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번 선택이 팬들에게 큰 상처와 실망감을 주게 돼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울산HD와 K리그 팬들에게 깊은 용서를 구하며 어떤 질책과 비난도 받아들이겠다. 내가 용서받는 방법은 내 자리에서 대표팀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길뿐이라고 생각한다. 부채감과 책임감을 안고 감독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초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정된 홍 감독은 지난 15일 유럽으로 출국해 외국인 코치 후보군과 면담하고, 손흥민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를 만난 뒤 25일 귀국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세 차례에 걸쳐 코치진을 면담했다. 의미 있는 미팅이었고 코치들과 대화하면서 공부도 됐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1순위 후보군과는 협상에 돌입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분들이 온다면 팀이나 선수들에게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국인 코치진에 대해서도 선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표팀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존중, 대화, 책임과 헌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선수와 스태프가 각자 지켜야 할 위치를 명확히 하는 가운데 서로를 ‘존중’하고, 소통 부재로 인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인 자신부터 핵심 정보를 ‘대화’를 통해 공유할 것이며, 선수들은 권한에 대한 ‘책임’을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홍 감독의 설명이었다.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하는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받았던 비판과 비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10년 전과 지금의 홍명보는 어떻게 다른가? 당시에는 대표팀 운영 시야가 좁아 인맥축구라는 비난도 있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맞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10년 전에는 내가 아는 선수들만 뽑아서 쓰는 ‘인맥축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건 인정한다. 이유는 내가 K리그에서 단편적으로 선수를 뽑다보니 이름값은 없지만 팀에 헌신하는 선수를 잘 몰랐다”면서도 “지금은 K리그서 3년 반 동안 생활했고 각 팀의 주요 선수뿐만 아니라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의 리스트도 가지고 있다. 이 선수는 팀에 헌신하는 선수, 이 선수는 지금 들어가면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라는 게 내 머릿속에 들어있다. 그게 그때와 지금의 큰 차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홍 감독은 자신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각급 대표팀의 연계성 강화를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한국축구 기술철학’을 발표하면서 각급 대표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홍 감독은 “만약 A대표팀이 사용하는 전술을 20세 이하 선수들에게도 적용한다면 좋은 기량을 보이는 어린 선수들이 나타났을 때 전술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 없이 바로 A대표팀에 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팀뿐만 아니라 해당 선수가 빠르게 성장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나는 20세 이하 선수들이 필요하다면 거기가 어디든 달려가서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그동안 말로만 해외축구를 부러워했다. (각급 대표팀 연계성을 강화하는 협회의 정책) 이러한 제도가 적용된다면 한국축구에 큰 이슈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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