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스포츠인 동시에 하나의 산업이다. 전 세계에서 고루 즐기는 스포츠인 축구는 그 산업적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제 축구를 알기 위해서는 산업을 알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이번 호에서는 FIFA가 주목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해 알아본다.
e스포츠(electronic sports)가 MZ세대의 주류 문화로 떠오른 지 오래다. e스포츠를 ‘스포츠’라 칭하는 것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뒤따르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약 5억 명의 인구가 e스포츠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것이 기존 ‘스포츠’를 위협할만한 문화 콘텐츠임에는 틀림없다. e스포츠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시범 종목으로 선정됐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 채택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만큼 ‘스포츠’로서의 지위와 위상이 높아진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는 게임이 경쟁의 체제를 갖게 되면서 발달한 e스포츠는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팬 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e스포츠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스포츠 관련 데이터 전문 미디어 뉴주(Newzoo)는 2020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약 11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 내다봤다.
e스포츠에는 다양한 게임이 존재하지만 FIFA 시리즈, FIFA 온라인 시리즈로 대표되는 축구 게임은 확실한 스테디셀러다. FIFA 시리즈는 EA스포츠가 매년 발매하는 축구 비디오 게임 시리즈로, 1993년 FIFA의 공식 라이선스를 취득해 시작됐다. FIFA 온라인 시리즈는 FIFA 시리즈를 기반으로 EA스포츠와 한국의 게임 회사가 합작해 만든 온라인판 축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FIFA는 일찍감치 컴퓨터 게임 브랜드와 손잡은 만큼 일찍이 직접 e스포츠 대회를 설립해 주관하기도 했다. 2004년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FIFA 인터랙티브 월드컵이 그것이다. 규모 면에서 꾸준히 발전을 거듭한 이 대회는 2018년 FIFA e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올해부터는 FIFAe 월드컵으로 불리고 있다. FIFAe는 FIFA가 e스포츠 산업을 보다 전문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만든 하나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FIFAe가 주관하는 대회는 현재 FIFAe 월드컵, FIFAe 클럽 월드컵, FIFAe 네이션스컵, FIFAe 컨티넨탈컵 등이 있다.
FIFA의 e스포츠 분야 디렉터인 크리스티안 볼크는 “FIFAe 대회를 통해 게이머들과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화되는 사회 속에 미디어 소비 형태, 사회적 가치, 엔터테인먼트 형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축구가 다음 세대로 향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하기 위해 우리는 한 계단 올라서야한다”며 FIFAe가 탄생한 의의를 밝힌 바 있다. FIFA가 e스포츠 산업 성장을 주시하며 FIFAe의 브랜드화 전략을 내세운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e스포츠 산업의 성장을 더욱 부추겼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대회가 연기 또는 취소돼 타격을 입었던 FIFA는 지난해 라이선싱을 통한 수입이 약 1억 59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약 2억 6700만 달러)의 약 60%를 차지했는데, 이는 예상보다 24%를 초과한 수치다.
FIFA 홈페이지는 2020년 재정 보고서를 통해 ‘라이선싱 수입의 핵심은 e스포츠를 통한 것이었다. 다른 경제적 부문이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e스포츠는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건실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또한 지난 5월 온라인상의 가상 올림픽을 열어 e스포츠와의 접목을 시도한 바 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물리적 제약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으로써, e스포츠는 스포츠 산업의 돌파구와 같은 존재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e스포츠가 물리적인 제약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FIFAe 대회들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 8월 초 잉글랜드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FIFAe 월드컵과 8월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FIFAe 네이션스컵이 지난 7월 27일 취소됐다. 온라인 게임일지라도 각국의 인터넷 속도나 환경 차이 등의 이유가 공평한 경기를 방해하므로, 한 공간에 모여 승부를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회가 하나의 빅 이벤트로서 산업적인 가치를 갖기 위해서도 한 공간이 갖는 물리적 힘은 여전히 있다.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나라인 한국은 e스포츠 산업의 큰 시장 중 하나다. 글로벌 기업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한편, 내수 시장도 활발하다. FIFA의 정식 승인을 받은 K리그 공식 e스포츠 대회, eK리그 챔피언스컵도 나날이 인기를 더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한국e스포츠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아프리카TV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지난 7월 2회째 대회를 치렀으며, 결승전 최대 동시 접속자 수 1만7천 명, 누적 접속자 수 17만 명을 기록했다. 대회가 열린 8일간의 누적 접속자 수는 약 123만 명에 달한다.
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 산업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스포츠 산업으로 새로운 팬 층을 유입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e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스포츠’의 가치와 역할을 피력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서로의 시장에 대한 위협 또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하며 지속적으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찾아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스포츠아웃라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