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여자축구 최초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선수, A매치 데뷔 16년차, 국군체육부대 상사. 여자 국가대표팀의 베테랑 미드필더 권하늘(보은상무)은 존재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권하늘은 중국과의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여자 국가대표팀 명단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렸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국가대표팀은 4월 8일과 13일에 한국 고양, 중국 쑤저우에서 중국과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치른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권하늘은 2016년 초까지 꾸준히 여자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총 103경기를 치렀다. 2015 EAFF 동아시안컵(현 E-1 챔피언십)에서는 한국여자축구 최초로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바 있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러나 103번째 경기를 끝으로 권하늘은 태극마크와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권하늘은 지난해 10월 열린 ‘신세계 이마트 후원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스페셜매치’를 앞두고 약 4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그는 지난 9월 상사로 진급했는데, 곧이어 더없이 반가운 진급 선물을 받은 셈이다. 권하늘은 “명단 발표 당시 소속팀 동료들이 무척 축하해줬다. 노장의 힘을 보여주고 오라며 격려해줬다”며 웃었다.
벨 감독은 이어 지난해 말 부산에서 진행된 훈련과 올해 초 강진에서 진행된 훈련에도 권하늘을 불러들였다. 플레이오프에 참가하는 최종 엔트리에 들기 위해서는 권하늘 역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만 33세인 권하늘은 “나이를 잊으려고 한다”며 겸손한 자세로 경쟁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번 소집의 소감은?
내게는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종 엔트리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린 선수들과 같이 경쟁하면서 훈련에 임하겠다.
-약 4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잘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까 그들한테 기회가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소속팀에서 열심히 해왔는데 그것을 벨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대표팀에 와서도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에 맞춰가려고 하고 있다.
-벨 감독이 어떤 점을 주문하는가?
중앙 미드필더다 보니 강한 투지를 원하는 것 같다. 체격은 작지만 나름대로 몸싸움에 자신이 있는 편이다. 감독님도 그런 모습을 원하는 것 같아서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투지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돌아왔지만 아직 공식 A매치 복귀는 하지 않았다. A매치에 나서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
새롭다고 할까? 물론 경기에 나가기까지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전에도 A매치에 나설 때면 늘 긴장을 했지만 이번에는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더 긴장감이 생긴다. 두근거린다. 설렘도 있다.
-벨 감독이 부임 후 나이에 상관없이 선수를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는데?
그렇다. 나도 감독님이 한 인터뷰를 봤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경기장에서 좀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자 했다. 덕분에 발탁된 것 같아 기쁘다.
-공백기 동안에도 대표팀 발탁에 대한 바람을 계속 지녔던 것인가?
솔직히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있었던 때도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냉정하게 보면 어린 선수들이 더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니 기회가 찾아왔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잘한다(웃음).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좋다. 나도 어릴 때 언니들을 따라 그저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 이제 내가 그 언니들의 자리에 와서 어린 선수들을 보니까 그런 파이팅 넘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다. 어린 선수들이 자만하지 않고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는가?
나이를 잊으려고 한다(웃음). ‘나도 저 아이들처럼 열정적으로 뛰어다녀야지!’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이를 생각하면 괜히 더 몸이 아픈 것 같다. ‘나도 어리다!’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표팀 안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했다. 지금은 어떤가?
아직도 후배들이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하늘 언니는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그 이미지를 없애고 싶지는 않다. 운동장에서나 숙소에서나 가능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나 혼자 그랬던 것 같은데(웃음), 이제는 후배들 중에도 그런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더라. 좋은 일인 것 같다.
-전에도 올림픽 예선에 참가한 바 있지만 이번이 특히 올림픽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렇다. 최근 중국전을 보면 대등하거나 앞서는 경기가 많았다. 그 흐름을 타서 이번 기회를 꼭 잡았으면 좋겠다. 선수들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내게는 마지막 (올림픽 출전) 기회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출전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꿈은 꿔봤다(웃음). 하지만 아직은 최종 엔트리에 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최종 엔트리에 든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어떤 다른 모습보다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경험상 지금의 나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지나치면 오히려 컨디션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것이 좋은 퍼포먼스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마찬가지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100% 보여줬으면 좋겠다. 가진 것 이상으로 잘하려고 애쓰다보면 역효과가 난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다. 자신감이 첫 번째다.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다. (후배들이) 정말 잘한다. 아유, 잘 컸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또 나는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웃음). 후배들을 보면 여자축구의 미래가 보인다. 앞으로 더 잘할 것이다. 이번 기회를 잘 잡아서 올림픽에 나가면, 그 다음에는 더 잘 될 것 같다.
파주=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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